부농 늘었지만 극빈농도 급증… 복지는 농촌이 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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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낙산사복지재단 댓글 0건 조회 3,966회 작성일 12-03-19 09:56본문
부농 늘었지만 극빈농도 급증… 복지는 농촌이 더 절실
[한미 FTA발효 농업 4.0] <3> 도시보다 심각한 양극화 상위 20% 가구 평균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11.7배… 도시의 4.8배보다 격차 커 소농 많고 고령화 빨라… 새 영농 기법 도입 어려워 땅 있어도 소득 전혀 없기도경북 문경시 갈전3리에 사는 이경선(63·가명) 할머니의 집 안팎 곳곳엔 나뭇가지와 장작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12년 전 남편을 암(癌)으로 떠나 보내고 산골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는 지난겨울 매일 밤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위해 부지깽이를 들었다. 수년 전 거액을 들여 설치한 기름보일러는 언제부터인가 애물단지가 됐다. 난방용 기름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땅 있어도 1년 소득 0원
↑ 경북 문경에 사는 이경선 할머니(63ㆍ가명)가 방을 데우기 위해 장작으로 불을 때고 있다. 아직 매서운 추위가 남아 있던 2월 말에 찾아갔을 때 모습이다. 이 할머니는“허리가 안 좋아 구부리고 앉아 불을 때는 일이 무척 힘들다. 어서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홍 기자
갈전3리에 사는 노인 대부분이 이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다. 이 마을에 사는 27가구 가운데 22가구는 배우자와 사별(死別)한 독거 노인이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거의 없고, 농사는 텃밭에서 본인이 먹을 것만 간신히 키우는 수준이다.
갈전3리와 이웃한 저음리는 고령화 심화로 폐촌(廢村)마저 우려된다. 40여가구, 60여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 주민의 평균 연령은 약 80세. 쌀·깨·고추를 주로 키우는 이 마을에서 60대는 청년 취급을 받는다. 농사를 짓고 싶어도 기운이 없어 경작을 포기하는 주민이 늘어 이 마을 경작지의 약 30%는 몇년째 버려진 채 놀고 있다. 이 마을 조성만(68) 이장은 "나이든 주민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 뒤 흉가처럼 변한 집만 10여채에 달한다"면서 "20~30년이 지나면 마을이 아마 통째로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도농 양극화보다 심각한 농촌 내 양극화
그러나 농촌의 다른 한편에선 기업농이 급성장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최승국(54)씨는 20명의 농민과 힘을 모아 토마토를 재배하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장 면적이 4만m²에 지난해 취급한 토마토의 물량이 1000t에 달했다. 올해부터 토마토주스 사업에도 뛰어들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많은 110억원으로 잡았다. 농대를 나와 7년간 화학업체에서 근무하다 1994년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 최씨는 "너무 작거나 너무 커서 못생긴 토마토는 주스를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라며 "주스 공장 설립을 다 마쳤고 곧 주스가 본격 출시된다"고 말했다.
농촌 내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에 농촌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 평균 소득의 7.6배였는데, 2010년엔 11.7배로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같은 비율 4.1배→4.8배와 비교하면 농촌 쪽이 소득 격차가 훨씬 큰 것이다.
농촌 가구의 소득 분포를 보면 중간층이 줄어드는 반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층의 비중이 함께 늘어나 '호리병'형으로 바뀌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연간 소득이 500만~3000만원 농촌 가구의 비중은 45.3%에서 34.0%로 줄어든 반면, 500만원 미만 계층은 48.2%에서 53.1%로, 3000만원 이상은 6.5%에서 12.9%로 각각 늘어났다. 최경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을 버는 부농이 2011년 기준 1만6722명으로 2009년보다 14% 증가하는 이면에, 빈농도 크게 늘어나는 양극화 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보다 고령화 빠른 데 기인
농촌 내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는 농촌에 여전히 소농(小農)이 많은 데다, 도시에 비해 고령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농 기법을 도입하지 못하고, 전통 농업 방식에 매달리는 농촌 노년층이 한꺼번에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00년 14.7%에서 2010년 20.6%로 늘었다. 특히 농어촌 지역 노인 독거(獨居) 가구의 비중은 이 기간에 9.2%에서 13.3%까지 늘었다. 전국 노인 독거 가구 가운데 40%가 넘는 200만 가구가 농어촌에 몰려 있다.
많은 사람이 도농(都農) 소득·계층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도시 근로자 소득이 100이라고 할 때 농가 소득은 2006년 92.6%이던 것이 2010년 76.7%로 격차가 벌어졌다. 도시 가구 소득은 이 기간에 4.7% 늘어난 반면 농가 소득은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농 양극화만큼 심각한 문제가 농촌 내 양극화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FTA 시대를 맞아 잘하는 농민의 경쟁력을 더 키워주는 한편으로 노년층 소농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농촌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환 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은 "노인 농민의 대부분은 학력 수준도 낮고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떨어진다"며 "이들은 1990년대 중반 농업 시장 개방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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