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아 물러가라”…무산복지재단, 온기 담은 연탄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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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89회 작성일 21-12-06 08:45본문
12월4일, 양양군노인복지관 앞마당서 연탄 자원봉사 발대식
연탄 3만여장·식품 256박스·쌀 2590kg 총 6200만원 상당
12월 말까지 259세대에 지원 예정·보일러 교체도 진행 예정
무산복지재단 연탄나누기 올해 9회째…총 3억3000여만원 지원
“집에 불을 넣으려면 하루에 연탄 9장을 써야 돼요. 나 혼자 사는데 그거라도 아껴야지…”
연탄이 몇 장밖에 남지 않은 탓에 손정숙(87) 어르신은 냉골 바닥에서 차디찬 겨울을 보낸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그 위에 박스를 깔고 이불을 몇장 덮는 걸로 해결한다. 난방은 수입이 없는 홀몸어르신에게는 사치인 셈이다. 세 차례 심장 수술을 받았기에 건강관리가 중요하지만 어르신은 자신의 몸 보다는 올 겨울을 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러던 12월5일 누군가 손 어르신 댁 문을 두드렸다. 평소처럼 집 안에 머물러 있던 어르신은 인기척이 들리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문 밖에는 바로 무산복지재단 대표이사 수미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이 까만 연탄 수백장을 들고 나타나 어르신을 반기고 있었다.
“아이고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연탄이 다 떨어져가 올 겨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게 다 부처님 덕이네요.”
연신 스님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전하는 어르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수미 스님도 어르신의 눈을 마주하며 “내년에는 더 자주 찾아뵐게요”라고 약속했다.
매년 소외이웃들에 자비행을 실천해온 무산복지재단이 올해도 연탄과 겨울나기용품을 지원하며 나눔의 온정을 지역 곳곳에 전했다. 무산복지재단(이사장 금곡 스님)은 12월4일 양양군노인복지관 앞마당에서 ‘따뜻한 겨울나기 자원봉사 발대식’을 개최했다. 발대식에는 무산복지재단 대표이사 수미 스님, 김진하 양양군수, 김의성 양양군의회 의장, 이종석 양양군 부의장, 김택철·박봉균·김귀선 양양군의회 의원, 김정중 강원도의회 의원, 이진호 양양군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인사말에서 “지역 내 소외이웃들을 위해 지원해준 무산복지재단 금곡 스님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동장군이 갑자기 출몰해 더 추워졌지만 오늘 참여해주신 봉사자들과 후원자들 덕분에 오히려 따뜻해진 기분이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정이 모여 양양군 전체가 온기로 가득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산복지재단은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지역의 이웃들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왔다. 지역의 어르신들을 부처님처럼 공경하라는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무산복지재단은 2012년부터 ‘따뜻한 겨울나기 지원사업 연탄 나누기’를 시작했다. 올해 9년째 진행된 본 사업으로 양양군 내 생활이 어려운 2842세대에 연탄과 난방유, 식품 등 총 3억3627만5000만원이 상당의 물품이 지원됐다. 무산복지재단의 이같은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무산복지재단은 올해도 양양군 6개 읍면에 거주 중인 저소득 259가구에 물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재단은 연탄과 저소득 난방가구, 연탄보일러교체 가정으로 나눠 12월 말까지 배분할 예정이며 각 가구에 연탄 200장씩 총 3만6800장, 간편 조리식품과 김, 라면 등이 담김 식품꾸러미 1박스씩 총 256박스, 쌀 10kg씩 총 2590kg 등 총 62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다. 또 3가구를 선정해 보일러 교체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연탄나누기는 낙산사와 양양정형외과, 신한은행 양양지점, 낙산사 신도회, 강현농협 등 기관 후원과 전국의 480여명의 개인후원자들의 동참으로 마련됐다.
이날 발대식이 열린 양양군노인복지관 앞마당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지난해 열렸던 자원봉사 발대식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소수 봉사자만 참석해 약식으로 진행함은 물론 저금통 회수식까지 생략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감에 따라 많은 봉사자가 참여하면서 행사도 예전과 같이 훈훈한 분위기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날 처음으로 아들과 연탄 봉사에 참여했다는 김현정 의용소방대원은 “가족센터를 통해 연탄봉사를알게됐는데 좋은 취지인 것 같아 아이에게 베풂의 참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아이에게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 여러 번 참여하신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발대식에 이어 연탄 나눔 저금통 모금식도 진행됐다. 저금통은 재단이 연난나누기를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낙산유치원, 관내 초등교에 배포한 것으로, 올해 1월부터 약 1년간 모연돼 이날 회수됐다. 봉사자 대표로 저금통 모금식에 동참한 김강연(9)군은 “더 많은 연탄이 우리 지역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본격적인 배달에 앞서 자원봉사자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이사 수미 스님은 “연탄나눔 행사는 설악산 조실이신 무산 큰스님의 뜻을 받들고 신흥사 회주이신 법공 우송 스님의 도움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평소 낙산사 주지이신 금곡 스님께서는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고 안부도 물으셨다. 특히 어렵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서로가 함께 나누고 돕는다면 그것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주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연탄나눔 행사도 역시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모아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기를 전하는 날”이라면서 “단순히 연탄 한 장의 추억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에게 정성과 마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재단 산하 시설 직원, 양양군 가족센터 가족봉사단, 1318무산지역아동센터 학생봉사자 자원봉사자 150여명은 연탄·물품과 쿠폰조로 나뉘어 각 가정으로 배달을 시작했다. 이날 대표이사 수미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이 찾은 지역은 한때 탄광지였던 장승리 일대. 이 마을은 폐광이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지역민들만 생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토록 조용했던 장승리가 북적이면서 웃음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바로 재단 대표이사 수미 스님과 낙산사 부주지 법일 스님, 자원봉사자들의 등장했기 때문. 이들이 올 겨울 난방을 책임질 연탄 선물을 가지고 오자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마을에 도착한 스님과 봉사자들은 앞치마와 목장갑을 끼고 본격적으로 창고를 채워나갔다. 트럭에서 연탄보관함까지 길게 늘어선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은 마주보고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옮기며 온정도 함께 실어 보냈다. 분주히 연탄을 나르니 이마엔 땀이 맺히고 어느새 얼굴은 까만 연탄으로 범벅이 됐다. 비록 검은 칠이 묻었어도 따뜻한 겨울을 날 어르신들 생각에 행복하기만 했다.
봉사에 참여한 양양초등학교 김민영·김동현(13) 학생은 “1318센터에 다니고 있는데 선인 스님께서 봉사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매년 무산복지재단에서 연탄나누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주셨다. 연꽃 저금통도 매일 조금씩 모아 냈는데 그 작은 정성이 이렇게 모여 크게 전달 돼 기쁘다”며 “연탄을 오늘 처음 봤는데 아직도 연탄을 쓰고 있는 집이 많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연탄이 생각보다 무거워 나를 때 힘이 들었지만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 갈수록 추워지는데 어르신들 따뜻한 겨울되셨으면 좋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13호 / 2021년 12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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